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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or.Park/interview

인터뷰의 재구성- 박신양과 염정아의 정체를 밝히다!

분석과 상상력을 총동원해, 박신양과 염정아의 정체를 밝히다!


ⓒbazzar 글/오제형(바자) 사진/ OH JOONGSEOK


스타와의 인터뷰란 나에게 있어 정교한 추리 과정과 같은 것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 한정된 질문과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르는 답을 나름대로 식별하고, 그들의 배경과 개인 사를 토대 삼아 그들의 숨겨진 면을 파헤치고, 때로는 발견할지라도 덮어두어야 한다. 스타들의 인터뷰를 쓴다는 것은 그래서 범죄를 재구성하는 것만큼이나 분석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분량의 배려와 주변상황 - 이들이 인터뷰에 응하게 된 동기 - 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여기 한 남자배우와 여자배우가 있다. 그들을 만났을 때 나는 나 자신의 방송 스케줄 때문에 숨을 가쁘게 고르며 지각을 한 상황이었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분이 상해 있었다. 인터뷰어로서 최악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것 그리고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아양을 떨며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것밖엔. 하지만 의외로 이렇게 힘들게 인터뷰를 했을 경우, 순조로운 인터뷰를 했을 때에는 얻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낼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제부터 그들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해보면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장소로 정해진 곳은 특이하게도 논현동에 있는 가구점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그가 디자인한 가구를 파는 곳이었다. 이곳을 인터뷰 장소로 요청한 것도 바로 그였다. 영화 <4인용 식탁>때 그가 소품인 식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의 가구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구들의 상판에는 S.Y PARK이라는 이니셜이 금색으로 박혀 있었다. 의외였다. 언제나 진지한 남성성을 표방하는 역할만 맡아오던 그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니. 하긴 그 터프한 브래드 피트도 반지를 디자인하지 않았는가?


가구들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그와 딱 마주쳤다. 평소보다 약간 오버 톤으로 밝게 인사하는 나에게 그는 신기한 물건을 본 듯이 웃음을 짓는다. 생각보다 키가 작은 그는 소파 위에 요염하게 앉아 그를 기다리던 여자에게 가더니 카메라를 향해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미소를 보낸다. 왠지 어색하다. 전혀 딴 그림 둘을 잘라 붙여놓은 느낌이랄까. 진땀을 흘리며 이런 저런 포즈를 제시하는 포토의 노력 끝에 겨우 한 컷이 끝났다. 나는 여자의 단독 촬영 때를 틈타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나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는지 한 번 더 옆으로 옮긴다. 잠깐의 침묵. 그는 별로 말이 없는 남자 같다. 나와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옆에서 촬영하는 여자에게 ‘뭐 필요한 거 없어요?’라며 큰소리로 뜬금없는 농을 건다. 


“성격이 소극적, 아니 꽤 내성적이신가 봐요?” 나의 당돌한 질문에 안경 너머 그의 눈이 잠깐 커지는가 싶더니 툭 다시 맞받아친다. “왜요?” “아니 말씀을 도통 안 하시니까요.” 그는 생각하는 듯 무릎을 한번 쓸어내린다. “아직 배우란 직업에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가 봐요.” 이상하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그의 어렸을 때 꿈은 가수였으며 초등학교 때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고 중학교 때는 학교 대표 태권도 선수였다. 그 외에도 아이스 하키, 기계체조 등(심지어 재즈댄스까지!) 다양한 운동을 섭렵한 그가 말이 없을 거라고는 꿈도 못 꿨던 나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지금 그가 한 말은 배우 자체에 적응이 안 됐다는 것일까, 아님 배우로서 이런 인터뷰를 당하는 것에 적응이 안 됐다는 것일까? 그가 연기공부를 한 세월은 차치하고서라도 첫 영화인 <가변차선>을 찍은 때가 1992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적응이 안 되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아니, 지금 배우 하신 지가 어언 10년이 넘어가시는데 적응이 안 되면 어떡해요?” 나의 살짝 책망이 섞인 말투에 그는 오히려 더 당황하는 눈치다. “오래되었다고 꼭 적응해야 하는 건가요?” 어라, 이 남자 보통이 아니다. 그냥 웃음으로 넘기면 될 걸, 한 발자국도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아까 소파 앞에서 순수하게 웃던 귀여운 남자는 어디 갔는지 자취도 없다. 그렇다고 질 수는 없지. “그럼 그 적응 안 되시는 배우는 왜 계속 하는 거예요?”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얼굴에 무게를 싣더니 ‘만족을 못하니까’ 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동문서답인 줄 알았던 그 말이 알고 보니 우문현답이다.

“연기를 할 때는 항상 100% 만족하는 법이 없거든요. 하고 나면 불만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원래 안 되면 되는 데까지 하거든요. 그래서 가구를 만드는 걸 좋아하나 봐요. 연기와는 달리 가구는 만들고 나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이거야!” 하는 느낌이 팍 들거든요. 연기에서 얻지 못하는 만족감을 가구를 만들면서 대신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가구 디자인에 푹 빠지기 전에도 가구에 대한 관심은 꽤 각별했다고 한다. 러시아 유학 시절, 그가 맨처음 구입한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코트도 보드카도 아닌 의자였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저의 본질인 것 같아요. 그래서 편안하게 앉아 있을 의자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던 거겠지요.”


“그럼 아직까지 적응 안 되신 배우로서의 연기는 편안한가요?” 때를 놓칠세라 꼬투리를 잡고 늘어진 나에게 그는 처음으로 크게 웃고야 만다. “아니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고 따지고 그래요?” “그게 인터뷰거든요. 저도 먹고 살아야 하거든요?” 

그는 일단 대사가 불편하면 절대 못한다고 한다. “그럴 경우, 계속 반복해서 그 대사를 연습하는 거예요. 입에 딱 붙을 때가 돼서야 편하게 잘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영화 하면서 어색하다고 생각하며 대충 넘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다가 안 되면 대사를 바꾸어서라도 편하게 느껴져야 연기를 시작하는 성격이라서요.” 그의 이런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일까? 그는 충무로에서 감독과 의견 ‘대립’이 많은 흔치 않은 배우 중 한 명으로 손 꼽힌다. 쌍둥이 형제를 맡아 1인 2역의 연기를 펼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역시 감독과의 엄청난 토론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통쾌한 맛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일한 사람들과 호흡도 잘 맞았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나는 하나의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처음 보여주었던 그의 순해 보이는 착한 남자의 이미지와 접점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서 리처드 기어가 에드워드 노튼을 심문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 도대체 그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파트너에게 교차심문을 할 때가 왔다.



그녀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 그녀가 출연했던 <H>를 보았다. 동료이자 사랑하는 남자를 연쇄 살인범에게 잃고 끊임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는 여 형사로 분한 그 영화에서 그녀는 남자 주인공 두 명보다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녀에게 던진 나의 첫 질문 역시 담배를 실제로 많이 피우는가였다. “담배요? 전혀 안 피워요.” 말도 안 된다. 촬영을 하려면 실제로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적어도 10배는 더 반복을 하게 마련이다. 그럼 그 수많은 담배 신 동안 그녀는 안 피우는 담배를 그렇게 맛나게 연속해서 피워댔단 말인가? “안 그래도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근데 진짜 담배 안 좋아해요. 그 영화 이후 더 정 떨어지기도 했고.” 내가 어찌나 놀란 표정으로 있었는지 - 동공 확대와 턱 관절의 확장을 비롯한 기타 등등의 증세들 - 그녀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심은하와 비밀스러운 관계에 놓인 친구로 나왔던 <텔 미 썸딩> 이후 영화계에서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여자배우로서 상당히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어딘지 어두운 과거를 가진, 그러나 그 과거에 침착되기보다는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여자.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연하의 남자 김래원을 노리는 도발적인 여자를 연기할 때도 그녀의 캐릭터는 태양이라기보다는 어스름한 달에 가깝다. 그런데 실제의 그녀를 만나보니 ‘팜므 파탈’보다는 ‘명랑소녀’에 가까울 정도로 쾌활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성격과 정반대에 가까운 지금까지의 배역 선정은 의도된 것일까? “아니오.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제가 알기론 이번 역할도 노땅 사기꾼의 정부라고 들었는데요?” 나의 추궁 섞인 반문에 정색을 하는 그녀. 이번은 전혀 다르다고 딱 잡아 이야기한다. “이번엔 영화 자체도 밝고 캐릭터도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밝아요. 얼마나 깜찍한데요.” 

촬영 초반에 무엇 때문인지 약간 기분이 상해 보였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과거 자신의 영화들에 대한 의견을 신나게 늘어놓는다. “지금까지는 솔직히 작품 하면서 전혀 감이 없었어요. 내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이 장면이 어떻게 나오게 될지, 전체를 보는 눈도 부족했고. 제가 원래 대사를 연습할 때 반복해서 읽거든요. 자동적으로 입에서 나올 때까지 외우는 거지요. 그때는 글 자체에만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 대사가 나오는 상황, 그 외 모든 것들이 같이 들어오거든요.” 

인형 같은 얼굴을 타고난 여배우들일수록 연기력을 인정받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니콜 키드먼도 못나 보이는 코를 붙이고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했던 것이고 샤를리즈 테론도 살을 억지로 찌워가면서까지 배우로서 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일 게다. 그런 면에서 브뤼셀 영화제에서 <장화, 홍련>으로 특별상을 받은 그녀는 참 대단한 것 같다. 별다른 트릭 없이 그 연기력에 대해 만인의 승인을 얻어냈으니 말이다. 그러니 촬영 도중 한강에 빠지는 고난까지 겪어야 했던 <범죄의 재구성>은 그녀에게 무엇을 안겨줄 수 있을까? “촬영하면서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주요 출연자 중 여자가 저뿐이어서 공주 대접을 받기도 했고. 한강 사건 말고는 정말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특히 박신양 씨가 너무 잘해주셔서요.” 그녀는 그를 ‘오리지널 매너맨’이라고 칭한다.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 신양 오빠가 미리 미리 다 챙겨주더라고요. 얼마나 자상한데요” “정말요?” “그럼요. 천사예요. 천사!”

그는 염정아의 뭐든지 쉽게 생각하는 낙천적인 면이 부럽다고 하고 그녀는 박신양의 뭐든지 넓게 보는 시야가 부럽다고 한다.



그와 그녀

박신양은 염정아가 생각보다 쿨한 여자여서 놀랐다고 하고 염정아는 박신양이 너무 친절해서 놀랐다고 한다. 그는 염정아의 뭐든지 쉽게 생각하는 낙천적인 면이 부럽다고 하고 그녀는 박신양의 뭐든지 넓게 보는 시야가 부럽다고 한다. “원래 저는 저 하나밖에 못 봐요. 연기를 하더라도 내 역할밖에 볼 줄 모르죠. 남의 것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할까. 그런데 오빠랑 같이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둘은 척 보기에도 상당히 다르다. 외향적인 염정아와 내향적인 박신양.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언제냐는 나의 질문에 대한 둘의 답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러시아 유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그녀의 대답은 ‘없다’ 였다.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아님 말고” 그녀의 농담 섞인 진담에 그가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 전에는 안면만 익히고 있었다던 이 둘은 영화를 찍으면서 상당히 친해진 것 같았다. 서로 다른 면이 오히려 플러스 요소로 작용해서일까. 특히 염정아는 대놓고 티를 낸다. ‘신양 씨는 워낙에 과묵하면서도 묘한 성격이라서 여자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라는 나의 말에 그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녀가 얼른 맞다고 맞장구친다. 인터뷰의 마지막도 역시 염정아의 발랄한 목소리로 끝이 났다. “다음 작품이요? 재미있는 거 해야지요. 그러려면 신양 오빠가 하는 거 또 같이 해야겠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양의 정보 수집이 용이해졌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의 면담을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한다는 것은 또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 집 물건 위치를 다 아는 것같이 한 사람을 다 알아버리는 것은 그만큼의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가슴 뛰는 듯한 연애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적을수록 더욱 그 강도가 세어지는 것처럼 스타들에 대한 애정 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 이 인터뷰의 재구성이 당신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지 않았다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라는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시길! 특히 박신양에 관한 프로파일링이 더 필요하신 분은 http://lublu.nayana.cc/에서 그가 올린 글을 단서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gendda&logNo=100005659065&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