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장군의 아들’ 한 줄 대사 못외워 “뭐하는 놈이냐” 욕 먹기도
황정민(42)은 <장군의 아들>(1990) <쉬리>(1999) 등의 단역을 거쳐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와 <로드무비>(2002)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람난 가족>(2003) <여자, 정혜>(2004) <너는 내 운명>(2005) <달콤한 인생>(2005) <사생결단>(2006) <검은집>(2007) <그림자살인>(2009) <부당거래>(2010) <모비딕>(2011) 등으로 각광받았다. <댄싱퀸>(2012)에 이어 최근 <신세계>를 내놨고 <전설의 주먹>을 선보일 예정이다.
▲ 농구 밖에 모르던 중학 시절
윤복희 ‘피터팬’ 보고 배우 꿈 꿔
대입시험 포기하고 극단 창단
▲ 생활고에 이민 준비, 가이드 될뻔
‘와이키키…’로 이름 알리며 활짝
‘신세계’선 조직 2인자 독한 연기
■ 고교생 때 극단 창단
‘연기파’ 배우 황정민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농구 선수를 했다. 마산 동중학교 1학년 때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 강호동과 한 반이었다. 이들이 먼 훗날 유명 영화배우와 방송인이 될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농구를 그만둔 황정민은 학교에서 단체관람한 윤복희의 <피터팬>을 계기로 배우를 동경했다. 당시에 동네마다 있던 재개봉관은 그에게는 ‘시네마 천국’이었다.
황정민은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배우의 꿈을 키웠다. 일반 과목 수업과 달리 전공 과목 수업 때에는 눈빛이 달라질 정도로 전공 공부에 열정을 불살랐다. 이론 공부를 하고 공연을 하는 게 본능적으로, 마냥 좋았던 황정민은 급기야 초 강수를 두었다. 1989년 졸업을 앞두고 동기들과 청소년 극단 ‘창조’를 창단, 뮤지컬 <가스펠>을 계몽아트센터에서 올렸다. 대학은 재수해서 갈 수 있지만 공연은 미룰 수 없다고 판단, 학력고사를 포기하고 교사와 부모 몰래 공연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흥행에 완전 실패, 황정민 등은 많은 빚을 지고 말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부모들은 스스로 벌인 일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라고 일부를 갚아주면서 나머지는 본인들이 해결하도록 했다. 황정민은 “남은 빚을 차등 분배했는데 제비뽑기 과정을 거쳐 가장 많은 100만원을 갚게 됐다”면서 “임권택 감독님의 <장군의 아들>(1990) 오디션에 합격한 뒤 받은 출연료로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군의 아들>에서는 우미관 지배인 역을 맡았다. 그런데 “마루오카 형사님 생신날이라…” 등 그리 길지 않은 대사를 계속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황정민은 “<테러리스트> 등의 김영빈 감독(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조감독이고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 등의 임상수 감독이 연출부 막내였는데 ‘뭐 하는 놈이냐’는 꾸중을 듣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기억했다. “<장군의 아들2> 제의를 받았지만 자신감이 없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프로 무대의 벽을 절감, 공부를 더 하기 위해 1990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 무대미술을 전공했다. 현역 배우 가운데 정재영·류승용·임원희 등이 동기이다. 황정민은 무대미술을 전공한 데 대해 “연기는 평생할 거니까 학교에서는 다른 걸 배우고 싶었고 그 경험이 연기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91년에 입대, 1993년에 복학, 1994년에 졸업한 황정민은 극단 ‘학전’과 ‘현대극장’에서 활동했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다시 피는 꽃>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캐츠>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에서 배우 장현성의 소개로 단역(특별조사반)을 맡기도 했다. 황정민은 “강제규 감독의 작품인 데에다 당대 최고 배우인 한석규 형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고 떠올렸다.
■ 배우는 내 운명
연극·뮤지컬 무대를 통해 자신감을 쌓은 황정민은 이후 영화 오디션에 계속 응모했다.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 <친구>(감독 곽경택) 등 1999년 전후에 개봉된 영화 오디션은 모두 봤다. <박하사탕> 외에는 모두 떨어졌다. <박하사탕>은 오디션에 합격한 뒤 단체사진까지 찍었는데 연극 공연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출연하지 못 했다. 황정민은 배우가 되는 걸 포기하고 친구가 있는 괌으로 가 관광가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명생활이 너무 힘들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 중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본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당시 오디션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와니와 준하> <수취인 불명> <선택> 등 6개 작품이 동시에 진행됐다. 충무로 사상 최대로 손꼽힌 이 오디션은 3지망까지 가능했다. 황정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지망하지 않았지만 임순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 영화는 지방의 밤무대를 전전하는 삼류밴드의 척박한 삶을 그렸다. 2001년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낳았다. 황정민은 우직하고 순박한 드러머 ‘강수’로 출연 이얼·박원상·오지혜·류승범 등과 호흡을 맞췄다. 제1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1년 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과 삶을 다룬 <로드무비>(감독 김인식)에 동성애자로 출연, 정찬·서린 등과 함께했다. 제23회 청룡영화상·제2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제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을 먼저 수상한 뒤 신인상을 받은 황정민은 2005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의 비열한 조직폭력배로 제4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제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의 순박한 농촌 총각으로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밝힌 ‘밥상·숟가락론’으로 장안의 화제를 낳았다. <너는 내 운명>은 제29회 황금촬영상 최우수남우상도 받았다. 2007년 <사생결단>(감독 최호)으로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2011년 <부당거래>(감독 류승완)로 제15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최근작 <신세계>(감독 박훈정)는 살얼음판을 걷는 세 남자의 삶을 그린 범죄영화다. 황정민은 국내 최대 범죄조직의 2인자 ‘정청’으로 출연했다. 비상한 머리에 잔혹성을 갖춘, 의리를 잃지 않는 건달로 열연을 펼쳤다. 최민식이 범죄조직 와해 작전을 펼치는 경찰 간부 ‘강 과장’, 이정재가 강 과장의 작전에 따라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이지만 정청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자성’ 역을 맡았다. 세 남자의 개성있는 캐릭터와 실감나는 연기 대결이 재미를 더해주는 이 영화는 개봉 사흘 만에 100만 명이 넘게 관람하는 등 호평받고 있다.
다음 영화는 오는 4월에 개봉되는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이다. 고교 시절 주먹으로 일대를 주름잡았던 세 남자가 25년 뒤 리얼액션 TV쇼에서 만나 다시 펼치는 마지막 승부를 다뤘다. 황정민은 복싱 챔피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국수집 사장으로 살던 중 딸을 위해 TV쇼에 출연한 ‘임덕규’ 역을 맡아 유준상·윤제문·이요원·정웅인·성지루 등과 함께했다.
출처 |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302272046216&sec_id=540401&pt=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