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이념상의 성향 등을 일컫는 말로 '색'이나 '색깔'이란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개성이 강한 사람을 가리켜 자기색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글을 평가할 때 참으로 독자적인 색깔을 지녔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사제공 | 씨네21, 사진과 글 | 손홍주, 구성 | 네이버영화
수없는 색의 느낌, 배우 황정민
나또한 사람들에겐 각자 자신들의 색이 있다고 믿고 있다. 촬영을 기획하면서부터 항상 고민하는 것이 '색'에 대한 것이다. 물론 배경이나 조명과 연관된 기계적인 색은 필수적이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색'에 대해 고민을 촬영과 함께 시작한다.
사진에 담겨지는 느낌이나 개념을 말하는 나만의 색깔을 말함이다. 모든 사진가들이 희망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독특한 해석이나 시각이나 생각을 자신의 색깔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러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사진가를 꿈꾼다.
나도 꿈을 꾼다.
사진기를 바라보는 배우가 되어있다. 그리고 사진가를 향해 말을 하는 나를 바라본다. 내가 그고 그가 나다. 입에서는 탄성이 터지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그와 나는 하나가 되어 크게 소용돌이침을 느낀다. 소용돌이는 그의 색과 나의 색을, 스튜디오 안의 모든 색들을 빨아들이고 스튜디오는 무채색이 된다. 이내 소용돌이는 멈추고 스튜디오는 고요하다. 그리고 하나의 색을 담은 사진이 완성된다. 행복함으로 전신이 스멀거린다.
이렇게 되어야하는데... 상상은 이렇다. 매번 이렇게 아쉬움으로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황정민이란 배우의 촬영을 앞두고 주특기인 상상을 시작해 본다. 왜 그런 느낌이 떠올랐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휘몰아치며 그를 감싸고 있는 색들을 느낀다.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색깔이 그와 함께 있다. 나는 그를 색에 가두고 싶어진다. 그렇게 가두었다고 믿었는데 오히려 갇혀있는 나를 본다.
하나의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는 꿈꾸는 사진가를 들뜨게 한다. 그는 그렇게 소용돌이 속으로 색을 빨아들여 자신의 '색깔'을 만들고선 날아오른다. 나는 본다. 그가 날아오르는 것을. 그는 조용히, 소리 없이 커다란 날개를 펴기 시작했고 그의 날개 짓 사이로 그의 색깔들이 퍼져나간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떠난다. 그가 떠난 자리에 사진이 남는다. 조용히, 소리 없이 눈을 감고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