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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or.Hwang/interview

황정민 "똑같다면 제가 할 이유가 없죠"


허진호 감독 영화 '행복'서 임수정과 열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 '외출'의 배용준. 이제까지 허진호 감독이 화면에 담은 남자 배우들의 모습이 담백한 맛으로 표현됐다면 황정민(37)은 10월3일 개봉 예정인 영화 '행복'에서 매운맛과 짠맛을 섞어 넣었다.


황정민은 그 맛에 대해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땅에 발을 디딘 인간'이라고 표현했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주변을 보면 바로 찾을 수 있는 흔한 남자'라고 쉽게 풀이했다.


그가 그린 주인공 영수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아낌없이 퍼주는 은희(임수정)의 사랑을 슬금슬금 눈치보며 받아들이고 "이제 너 없이는 못 살 것 같아"라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음이 돌아서자 "네가 먼저 헤어져 달라고 하면 안되느냐"고 말하는 잔인한 남자다.


"주변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너는 내 운명'의 (어떤 일이 있어도 한 여자만 바보처럼 사랑하는) 석중이 같은 사람이 있습니까? 없잖아요. 하지만 '행복'의 영수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살갑고 사람 냄새가 나는 역할이라고 이해했고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허진호 감독이 이제까지 말해온 행복과 절망에 관한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황정민의 표현대로 영화가 '방점을 찍게' 되는 것은 후반부에 접어든 뒤다. 여기서 영수는 눈빛과 얼굴이 순식간에 달라지면서 황정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인물로 완성된다. 


그 부분에 대해 황정민은 "다른 배우들과 똑같아 보이려면 제가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짤막하게 답변했지만 즐거워하는 표정이 묻어났다. 


느와르 '사생결단'의 광기 어린 형사, 공포스릴러 '검은 집'의 성실한 보험조사원, 멜로 '너는 내 운명'의 순진한 농촌 총각, 드라마 '바람난 가족'의 뻔뻔한 남편 등 쉴 새 없이 새로운 연기를 시도해 온 배우의 욕심일 것이다.


'행복'을 한마디로 '눈물 나는 영화'라고 평가하자 그는 대번에 "은희가 (헤어지자는) 영수한테 싹싹 비는 장면 말이죠?"하고 되묻는다. 


"남녀 불문하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일이죠. 저요? 하하하. 저는 이제 결혼해서 애도 있는 사람인데 그런 걸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영수는 나쁜 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솔직하고 당연한 행동을 하는 거죠. 사실 은희도 이기적인 사람이거든요. 영수가 '이제 네가 있으면 미치겠다'는데 자기 욕심으로 곁에 붙잡아 두려는 거잖아요."



배우 황정민


그는 지난해 '사생결단'으로는 연기의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함께 출연한 류승범과의 호흡에 대해 "치고받는 호흡에 희열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멜로 영화에서 여배우와 함께 한 연기는 어땠을까. 


"느와르 장르에서 남자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야만 그런 희열을 느끼는 게 아니에요. 멜로에서 여배우와도 배우 대 배우로서 함께 하는 기쁨, 부딪치는 에너지가 없다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이 친구를 통해 내 색깔을 바꿔 가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아이보리색이고 임수정 씨가 빨간색이면 연기하면서 분홍색이 돼 가는 겁니다. 다들 나이 차이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뭐 얼마나 차이 난다고 그러세요(웃음)."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어려웠던 촬영으로는 요양원 장면을 꼽았다. 다른 장면들은 어느 정도 '정답'이 있지만 요양원에서는 "빠져들어야 할지, 그만 들어가야 할지, 계속 있어야 할지, 나가고 싶어해야 할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고민이 사랑의 시작 앞에 망설이는 영수의 진실한 모습으로 화면에 담겼다. 


허진호 감독은 시나리오상으로는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오랫동안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낸다고 알려져 있다.


"감독님 스타일이요? 알려진 그대로예요. 첫 테이크를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지만 저는 여러 번 계속 찍는 것도 좋더군요. 할수록 다른 모습이 나오거든요. 그 중에서 더 나은 것을 쓰면 되죠." 


그의 차기작은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를 내놨던 정윤철 감독의 차기작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다. 어떤 영화에 어떤 역할로 나오는 것인지 묻자 그는 "그냥 슈퍼맨'이라고만 답변하고 말을 아꼈다.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는 건 우연히 서점에 가서 정말 괜찮은 책을 하나 찾아냈을 때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뭘 하고 싶다고 그게 제 손에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떤 역할을 더 하고 싶은지, 어떤 연기가 하기에 더 좋은지 물어도 딱히 대답할 게 없어요. 굳이 묻는다면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 얘기를 하는 영화가 좋습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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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1763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