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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or.Hwang/interview

황정민 "영화보다 뮤지컬 무대가 편하다"(일문일답)

<조이뉴스24>


연기파 영화배우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으로 무대에 다시 선다.


이번 작품은 지난 1995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의 뮤지컬에 출연해 왔던 황정민을 4년 만에 무대에 복귀시키는 작품이다.


오랫만에 뮤지컬 무대에 다시 서는 배우 황정민을 만나봤다.


다음은 황정민과의 일문일답.


-뮤지컬 '나인'에 오르게 된 계기는?


"뮤지컬 '나인'은 지난 2003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브로드웨이에서 주인공 '귀도' 역을 연기해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그해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토니상 시상식 장에서 보여준 '나인'의 한 장면을 보고 그때부터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뮤지컬에서 맡은 '귀도' 역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작품에서 '귀도'는 유명영화 감독이다. 그는 자기가 예술가라고 부르짖지만 더 이상 자신에게서 예술적인 재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러한 한계에 부딪혀 내면적인 갈등을 격는 인물이다."


-본인(황정민)도 그러한 한계에 부딪혀 본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이번 작품에서 내가 맡은 '귀도' 역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나에게서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지만, 나는 사실 이제 너무도 많은 부분이 고갈돼 무언가를 더 보여줄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늘 작품을 받을 때마다 자신있게 받긴 하지만 속으로는 '이것을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최고야'라고 속으로 외치지만 그 뒤에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카메라 앞(영화)과 무대 위(뮤지컬·연극) 중 어느 곳이 더 편한가?


"무대가 훨씬 더 편하다. 무대에 올라 따뜻한 조명을 받으면 너무도 포근하다. 무대에 서 있을 때 관객들로부터 받는 느낌은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세포 하나하나로 이어진다. 무대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그 느낌을 모를 것이다."




-영화와 뮤지컬이 어떤 점에서 다르게 느껴지나?


"무대는 배우의 것이다. 뮤지컬과 연극무대는 영화와 달리 감독의 커트와 엔지(NG)가 없다. 이 때문에 배우의 에너지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무대는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 속에 있는 '관객이 어떤 것을 느끼는 지'를 바로 알 수 있으나 영화는 개봉되고 난 후에야 관객의 느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느낄까'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현재 뮤지컬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바가 있나?


"가장 크게는 배우들의 연기다. 시대는 변했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그대로다. 예전 학생시절 보았던 뮤지컬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지금의 연기가 변함이 없다. 배우들의 어조도 동선도 그대로다. 정형화된 틀에 갖힌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자유로워 진다'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가 평상시 말하는 것과 무대에서 배우가 하는 대사의 어조가 다를 이유는 없다. 삶을 이야기하는 무대는 우리들이 실제 생활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 오히려 더 당연한 것이다. 또한 동선도 자유로워야 한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말하고 관객을 향해 노래하는데 이는 바뀌어야 한다.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들 하는데 상황에 따라 등을 보일 수도 있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나 여기 있습니다'하고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무대로 빨려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뮤지컬 배우들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TV나 영화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비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 많이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섣불리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면 실패하기 쉽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뮤지컬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도 작품은 배우에게 평생 기록으로 남는다.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철저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뮤지컬 '나인'은 아카데미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델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1963년 작)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페델리코 펠리니 감독 자신의 자서전과도 같은 이 작품은 예술가로서 스스로 한계에 다다랐음을 깨달은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뤘다.


뮤지컬 '나인'은 오는 2008년 1월 22일부터 3월 2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 오디뮤지컬 제공]


/추장훈기자 sense@joynews24.com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11&aid=0000082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