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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or.Hwang/interview

[영화 내 사랑]황정민이 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배우가 된 뒤 내가 출연한 영화는 물론 동료들의 영화도 마음 편히 보지 못한다. 연기를, 영화를 자꾸 뜯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단순하게 즐겼던 시절은 배우가 되기 전이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2본 동시상영관을 곧잘 찾았다. 중학생 때에는 500원에 두 편을 볼 수 있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는 그 시절에 본 영화 가운데 깊은 인상을 받은 작품이다. 성인이 된 뒤에 다시 본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본 건 1982년 중학교 2학년 때이다. 남녀 주인공이 껴안고 있는 포스터의 사진, ‘우편 배달원은 벨을 두번 울린다’로 소개했다가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항의에 부딪쳐 원제를 사용한 점 등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어린 마음에 무척 야한 영화였다. 섹시한 여성(제시카 랭)과 거친 남성(잭 니콜슨)의 정사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영화가 끝난 뒤 뭔가 딱 집어낼 수 없는 ‘짠한’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998년, 극단 학전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때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의 연기를 다시 보고 싶었고, 단지 야한 영화가 아니었다는 느낌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본 뒤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의 선후가 바뀌었다. 야한 영화이기에 앞서 의미심장한 영화였다. 늙은 남편을 둔 간이식당 여인과 이곳에서 일하게 된 떠돌이 남자의 치정관계와 그것이 빚은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조명한 것이다. 대공항 시기 미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도 담아낸 사회성 짙은 작품이었다.


또한 연극적인 상황을 영상으로 잘 풀어낸 영화였다. 한정된 등장인물과 공간을 통해 풀어낸 이야기의 짜임새와 남녀 주인공의 열연, 보브 라펠슨 감독의 연출력이 어우러진 수작이었다. 개인적으로 단선적인 구조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 영화를 좋아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는 그 출발점에 있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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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144&aid=0000064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