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언혁,이정민 기자]
21일 개봉한 영화 <신세계>. 같은 날 개봉한 <분노의 윤리학> <라스트 스탠드> 등과 같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수위는 사뭇 다르다. <신세계>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배우 황정민은 "영화를 보는 내내 좀 힘들었다"고 운을 뗀 기자에게 "초반부터 임팩트가 있을 뿐, 따지고 보면 (수위가 센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1인자가 사라진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의 후계구도 싸움, 그리고 수사를 위해 그 조직에 잠입한 경찰 자성(이정재)의 내면갈등이 <신세계>를 이끈다. 황정민이 맡은 화교 출신 정청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그룹의 실세다. 그리고 자성은 그의 오른팔이다. 황정민은 "촬영 현장에서 한없이 즐겁고 유쾌했다. '이런 현장을 또 맛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되게 무겁더라"면서 "'이렇게 무거운 영화였어?'라고 되려 물어봤다"고 밝혔다.
"배우들 간의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보는 이들도 날이 선 상태로 보느라 긴장하는 것 같다. '잔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뭐가 잔인한지 잘 모르겠더라. 잘못하면 죽이는 분위기니까? 아니면 칼보다 총에 익숙해졌나? 영화에 칼이 등장하는데, 총보다 쉽게 볼 수 있고 실제로 그럴 것만 같아서 '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당거래>의 그림자..."정재야, 잘해줘서 고마워"
<신세계> 촬영 현장에서 배우 최민식은 말 그대로 '큰형님'이었다. 이정재는 뭔가를 겉으로 보여주기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표현했다. 그곳에서 황정민은 마냥 놀았다. 뽀글뽀글 곱슬머리에 하얀색 정장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첫 등장부터 그는 관객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다. 겉으로는 '허허실실'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비장한 정청. 알고 보니 이 인물이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단다.
"건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는데 감독과 얘기하면서 살을 붙였다. 늘 빈틈은 있지만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수의 한 어촌마을에서 양아치 짓을 하던 화교가 서울에 큰 건달 세계에 와 서열 2위가 됐다는 건 정말 '난 놈'인 거다. 엄청난 사람인 거지. 잔인하고 독한 것은 밑바탕에 깔린 거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대단한 잔머리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느물느물하지만 인간다운 모습도 있고."
"사람 좋아 보이지만, 엄청난 내공을 쌓았다는 점에서 '인간 황정민'과 '정청'은 닮은꼴 아니냐"고 묻자 황정민은 "분명 닮은 부분은 있지만 난 그렇게까지 잔인하진 않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신의 모습이 분명히 담겨 있을 테지만 캐릭터 자체로 보이도록 노력한다는 그는 "솔직히 나 자신은 잘 모르겠다. 스스로를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정청은 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따지고 보면 자성이 연기가 힘들지. 연기하면 했다고 욕먹고, 안 하면 안 했다고 욕먹을 수 있는데 정재가 되게 잘했다. 나도 <부당거래> 때 겪어봐서 알거든. 류승범, 유해진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던지.(웃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 영화를 보면서 정재에게 고마웠다. 민식이 형님은 형님 중심을 잘 잡아줬고. 그래서 내가 널뛸 수 있었다. 박성웅까지 죽이 참 잘 맞았다."
한국 영화 전성기..."다양성 존중하며 상생해야"
느와르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 황정민이지만, 그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는 멜로다. 사랑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이해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안 만드니까"라고 털어놓은 황정민은 "그렇다고 내가 만들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박수건달> <7번방의 선물> <베를린> 등 새해 쭉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강세는 그를 행복하게 한다. 만들어진 영화가 잘되면 새로운 작품의 제작도 이어질 것이기에 배우와 스태프의 일거리가 생겨서 좋지만, '몰아주기 식'의 흥행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정민은 "편 수가 많아진 것은 좋은데 잘 만들어야 한다"면서 "함께 사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민은 배우일 때와 아닐 때를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직도 입국심사 서류의 직업란에 '배우'라고 쓸 때가 창피하다는 그는 "배우는 내 직업이지만, 이게 내 삶에 들어와서 의식하게 되면 불편해진다"면서 "사랑하는 일이고, 신나서 하는 일이고, 소중하지만 한평생을 배우로 산다는 건 재미 없다"고 했다.
"잘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 것 같은데...늘 궁금해하고 고민한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큐레이터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집 짓는 일도 괜찮을 것 같고. '농사지으면 잘 할 것 같다'는 말도 듣는다. 분명히 어느 순간 배우 말고 다른 일을 할 것 같긴 하다. 그래야 인생이 재밌지. 마흔 살이 넘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계속 한다.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내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은 단순해서 있을 때는 잘 모르고 없어봐야 '행복하구나'를 느끼거든.(웃음)"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47&aid=000201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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