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영화 ‘편지’에서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아내(최진실)에게 유언을 전하며 젊은 여자들을 울렸던 그가 STV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김은숙·강은정 극본, 신우철 연출)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자동차 재벌 2세 한기주 역으로 나온다. 차갑고 냉정한 성격의 그는 렌터카 계약에 실패해 화가 나자 프랑스 니스의 한적한 거리에 태영(김정은)을 두고 혼자 차를 몰고 가버릴 정도다. 하지만 태영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새로운 모습을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능청스럽고 장난기 많은, 예상치 못한 순수함이 나오면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윤아(오주은)가 태영에게 못되게 굴자 그에게 “저 실례지만 성함이…. 당신 참 나쁜 여자네. (톤을 높이며) 비싼 옷에 비싼 구두에 비싼 목걸이 했으면 말도 행동도 비싸게 할 줄 알아야지. (태영을 바라보고) 다른 친구는 없어? 다른 친구 없어도 이 친구는 만나지 마”라고 말하는 대목은 속을 뻥 뚫리게 만들면서 기주의 카리스마를 깊이 각인시킨다.
돈 많고 능력 있는 데다 자신의 여자를 위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기주는 기존의 왕자들이 보인 부드러움과는 달리 강하고 터프한 면모로 높은 점수를 샀다. 여성들이 원하는 왕자의 상도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박신양을 지난달 30일 서울 삼선동 한성대 낙산정에서 만났다. 감색 정장에 폭이 넓은 노란색 넥타이를 맨 그는 여유있게 기자들이 모인 곳으로 들어왔다.
-넥타이 얘기를 먼저 하자. 드라마에 특이한 넥타이가 많이 등장하던데 지금 맨 것도 눈에 확 띈다.
프랑스에서 선물받은 넥타이다. 길이 3m에 폭은 일반 넥타이의 두 배가 넘는데, 패션쇼에 쓰인다고 들었다. 마음에 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얘기해 30개 넘게 제작했다.
-‘우리 애기’가 장안에 히트다. 본인의 아이디어인가.
아니다. 원래 대본에 있던 거다. 한번 해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몇번 더하게 됐다.
-무척 자연스러운데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 애기’라는 말을 쓰나.
(손사래를 치며) 일상 생활에서는 절대 안 쓴다.(웃음)
-드라마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기주처럼 딱딱하고 로봇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존재할 만한 인물로 그려내려고 고민한다. 기주와 백마 탄 왕자의 차별성에 대해 묻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재는 기주를 만들어가는 데 급급하다.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드라마는 오랜만인데 느낌은 어떤가.
드라마를 오랜만에 했는데 여건이 너무 안좋다. 내가 방송국을 뜯어고치고 제작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그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프랑스에서는 3교대로 일하는 것을 한국에서는 본진이 계속한다. 비인간적인 제작 환경이라고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지난 5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수술한 지 5주 정도 지났다. 다행히 수술 이후 몸을 격렬히 움직이는 장면이 없어 푹 요양했다. 다음주에 아이스하키 등 격렬한 신이 예정돼 있는데 해볼 만할 것 같다. 어제는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신도 찍었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전혀 없다. 시청률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어서다. 첫회가 방송되기 전 제작진과 내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첫회는 18~19% 정도 나오면 괜찮은 거라고 했다. 나만 모르고 23%를 걸었는데 결국 내가 이겼다. ‘파리의 연인’이 방송되는 시간에 다른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안하면 시청률이 80%는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웃음) 이 정도로 시청률에 대해 전혀 모른다. 시청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을 것 같다. 60% 정도 됐으면 좋겠다.
-한기주가 어필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뿅’하고 나타나는 점 아닐까. 돈도 많고 차도 여러 대 있고…. 사실 왜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기주와는 달리 돌쇠 스타일이다. 나와 한기주는 차이점이 무척 많다. 여자가 케이크 먹는데 ‘자고 갈래’라는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 ‘우리 애기’도 그렇고…. 내게는 어려운 대사들이 너무 많다.(웃음)
이길상기자 pacino@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73&aid=000001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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