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접선! 혼성 사기단 백윤식, 염정아, 박신양
2004년 4월 16일 금요일 서대원 기자
한껏 멋부린 외양의 매무새는 영락없이 상류층 인사를 상대로 작심하고 무언가 해먹으려는 듯한 사기꾼에 다름 아니었다. 신뢰가 한 없이 느껴지는 깊은 음성하며 넓은 아량이 절로 느껴지는 매너의 두 신사. 그리고 깜장 원피스로 자태를 드러낸 채 적당한 흥분을 굳이 감추지 않고 주변을 들뜨게 만드는 숙녀는 최상의 사교계 파티에서 뭔 일을 저질러도 크게 저지를 기세였다.
그랬다, 정말 그랬다. 인터뷰 장소에 떡허니 등장하신 백윤식 염정아 박신양 이 혼성 사기꾼은 스크린 속에서 일이 안 풀리다 보니 현실에서 통쾌한 한탕을 벌이고자 걸어나온 듯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사기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낼름 달아날 만큼 어딜 내놔도 쪽팔릴 수밖에 없는 남루한 행색의 본 기자였으니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었다.
무릇 배우란 어차피 관객을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일군의 집단이라 볼 수 있는 법. 그렇게만 보자면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남 등쳐먹는 일에 일로매진한 이들의 이번 미션은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기에 그네들은 시나리오, 캐스팅 등 제작 환경이 다 좋았다고, 특히 배우들간의 앙상블이 끝내줬다고 예의상 날리는 멘트가 아닌 확고한 경험론에 입각해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청진기 대보니까 시츄에이션이 딱 좋아!”라는 영화 속 업자용어처럼.
그렇다면 이제 청진기를 들고 진단에 나설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영화의 시츄에이션이 정말 좋은지, 그 안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활개치는 사기꾼들의 팀웍이 그리도 탄탄한지 말이다. 물론, 현 시츄에이션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두말 할 필요없이 어렵사리 접선해 인터뷰한 아래의 글을 탐독하는 것이다.
점심식사는 했는지....
염정아: 아침을 늦게 먹었다.
박신양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다.
이미 <범죄의 재구성>은 기자들 사이에서 죽이는 영화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하고 기자들보다 관객의 시선이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어떠한 점에서 이 같은 기분 좋은 소문이 났는지 저마다 생각이 있을 게다. 뭐 자신이 나와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백윤식: 저기 뒤에 있는 최감독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하!하!
박신양: 음 일단 등장인물이 여럿임에도 힘이 효과적으로 모인 것 같다. 이렇게 애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웰 오거나이즈된......현장. 그게 화면에 제대로 드러난 거 같다. 좀 느끼하게 표현했나?
염정아: 처음 시나리오가 나올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해줬는데...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진행도 원만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수술시키다(사기치다), 영화배우(사기꾼) 등 그쪽 바닥의 업자용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밀폐돼 있고 은밀한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와 같은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 촬영하면서 어떤 점에 신경을 쓰고 주력했는지.
백윤식: 모든 배우들이 그러겠지만 자기 역할에 대한 캐릭터 형성이 제일 중요할 거다. 그리고 작품을 분석하면서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조화. 그러면서 어떻게 극의 기승전결을 이어나가냐. 그리고 감독과의 디스커션, 이런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런 점을 신경썼다.
염정아: 나만 빼놓고 너무나 훌룡한 배우들과 같이 해서 뭐 좀 어우러져서 조화만 이루면 성공할 수 있다 생각했다.
박신양: 처음부터 너무 재밌는 애기였다. 그래서 사실 뭘 해도 풍성해질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어렵긴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그게 영화를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으니까.
박신양: 되게 고마운 질문이다. 줄거리를 물을 줄 알았는데. 음.. 그런 점에서 일단 내 스스로 흥미로웠던 시나리오와 인 거 같다. 왜냐하면 한국영화에서 특히 은행을 턴다면 으레 총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무슨 이야기를 하든 설득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방법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털려고 했다. 재밌는 건 은행을 터는데 급급하지 않고 사람들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나 역시 한국에서 은행을 턴다면 어떤 식일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흥미로웠다.
백윤식씨의 경우 <파랑새는 있다> <지구를 지켜라> 등 기존의 사기꾼스런 이미지로 적잖이 덕을 봤을 거 같다. 그래도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백윤식: 보시면 알겠지만 분명 틀리다. 근데, 미덥지 않다....그건 초반에만 그렇고 보다보면 나중에 미덥게 될 것이다. 허허
<장화, 홍련>의 흥행 성공으로, 죄송한 말이지만 그 한방으로, 염정아씨는 평단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 장난 아닌 시선을 송두리 채 받았다. 그래서 이번의 작품에 많은 이들이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담이 적잖이 됐을 텐데.
염정아: 지금까지는 부담을 못 느꼈는데 오늘 막상 영화를 본다니까 부담이 온다. 정말 부담된다.
<유리>에서는 승으로 <쁘아종>에서는 사기 당할 것 같은 순진한 택시기사, <인디안 썸머>에서는 변호사 그리고 조폭 그리고 이번엔 사기꾼 등 정말이지 그간 다종다양한 캐릭터로 분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말할 것도 없이 성형외과 의사, 은행원 등으로 변신한다. 그 중에 갠적으로 가장 자신이랑 개인적으로 포개어지는 역이 있다면 그리고 어긋나는 어울리지 않는 역이 있다면...
박신양: 독특한 직업에 색깔이 있으면 난 굉장히 즐기며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물론 어려운 점이 있다. <유리>의 스님 같은 경우는 얼굴로 몸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뭔가 갖고 있지 못한 표현의 수단을 통해 보여주어야 하기에 해도해도 끝이 없지만...이번엔 여러 직업을 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포스터의 카피대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통쾌한 사기극이 있을 거다. 여자를 등쳐먹고, 은행을 털고, 도박판에서 한탕하고 등등... 만약에 개인적으로 사기를 친다면 어떤 사기를 치고 싶은가
염: 내가 꿈꾸는 사기...................................음 제일 쉬운 게 남자들 등치는 거....ㅋㅋㅋㅋ
백: 난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좀더 보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이랑 관계가 있을 거 같다. 뭐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 하지만 남한테 피해주는 사기는 내 인생에는 없다.
박신양: 오늘 아침에 생각해봤다. 그런 질문을 받을 거 같아서, 근데 죄송하게도 그런 게 없다. 사기를 꿈꾸며 사는 게 아니라 뭔가 진짜 같은 걸 꿈꾸는....
진짜 사기꾼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하나?
박신양: 드디어 우리 영화 나왔네! 라고 할 거 같다. 그리고 아마도 동의를 안 할 것이다. 그런 순간 “난 사기꾼이야!”를 실토하는 격이니까
백윤식: 우리보다 단수가 고수네 라고 할 수도 있을 거고, 또 아 저건 아닌데 우리보다 못한데.....
마지막으로 <범죄의 재구성>를 볼 예비관객들에게 이 점만큼은 꼭 알아두거나 챙겨보거나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지. 무비스트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백윤식: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고 시나리오에 입각한 작품이기 때문에 너무 지나친? 시각으로 안 봐줬으면 한다. 흥미에 초점을 맞춰 봐주시길 바란다. 오락적인 개념으로 말이다.
박신양: 나 스스로도 이런 시나리오를 굉장히 바랬다. 인물도 확연하고 잘 짜여지고 잘 조합된....그것말고도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아 이건 정말 좋은 영화감이다” 가능성이 충분하고 좋은 사람이 조합돼서 좋은 힘이 모아질 수 있다는 그런 느낌. 이런 느낌 그리 쉽게 자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만큼은 잘된 거 같다.
이 영화가 어떤 느낌을 전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데 있어서는 충분히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접선: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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