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ctor.Hwang/interview

황정민 "내 영화 극장에서 10번 보는 건 기본"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보다 한참을 울었다. 고백하건대, 기자의 눈물의 8할은 황정민이 분한 곰같은 노총각 석중 때문이었다. 에이즈에 걸린 채 어디론가 사라진 아내 은하(전도연). 그런 아내를 찾다찾다 바짝바짝 말라가면서도 어머니 앞에 앉아선 떼쓰듯 '나 죽어도 은하랑 살다 죽을래'라고 토해놓는 석중은 황정민 그 자체였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검정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다. 곱게 그을린 얼굴, 편안한 미소. 그의 모습이 석중과 그대로 겹쳐 보였다.


또 다시 고백하건대, 사실 그는 매번 그렇게 겹쳐 보였다. '로드무비'의 동성애자 대식을 볼 때도, '마지막 늑대'의 깡촌 파출소 고 순경을 볼 때도, '바람난 가족'의 바람난 변호사 주영작을 보면서도 그랬다.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려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내 앞에 앉은 이는 못말리는 순정파 석중이 아니라 배우 황정민이다. 




그는 매번 역할에 철저히 동화되려고 한다고 조심조심 털어놨다. 그가 연신 손가락으로 입 언저리를 긁적이며 유난히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잘하는 건지 못하는건지 지금도 딱히 모르겠지만, 거창하게 말하면 구도의 길을 걷는 기분이 돼요. 이렇게 말하긴 쑥쓰럽지만 신성한 마음이 든달까. 역할을 맡아서 하면서 동화되고 발전된 저를 느끼고 하니까. 조금씩 삶에 대해서, 사람 자체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분이에요."


지난 여름을 내내 석중으로 살았던 그는 석중처럼 운명같은 사랑을 믿는다. 또, 사람들이 이 절절한 멜로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그 속에 진실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인간은 사랑하라고 태어난 것 아니에요? 살아가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 해야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을 해요. 긴 시간이든 찰나가 되든 그때만큼은 석중의 마음이었을 거에요. 시간이 중요한가요.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거라고 생각해요. '진실한 사랑을 해봤냐'고 묻는다면 다들 해봤다고 할 거에요. 그게 영화로 나오니까 달라보이는거죠."


그 역시 '너는 내 운명'을 보다 울었단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부연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슬픈 영화를 보다가 울곤 하는 일이 많으냐고 물었다. 그는 "어떻게 안 울 수가 있냐"고 받아쳤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출하는 데 참 소극적인 것 같아요. 남자들은 더 그렇구요. 영화 홈페이지에 리플 달린 거 보면 '전 남잔데요, 울었어요' 이런 글 정말 많아요. 남자란 걸 꼭 서두에 달더라구요. 안 울 수 있나요. 저는 감정이 격해지면 잘 우는 편이죠. 억지로 참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찍어서 그런지 객관적인 시선이 잘 안돼서. 울기는 우는데 영화에 동화가 돼요. 나랑 엄마(나문희 분)랑 대화하는 부분, 굳게 마음먹고 잘 살라는 부분에선 연기하면서도 많이 울었거든요. '빌리 엘리어트' 보면서도 엄청 울었었는데…."


지금 황정민은 조금씩 '너는 내 운명' 속 석중과 천천히 작별하는 중이다. 그의 이별법은 독특하다. 극장에 가서 몇번이고 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은 지금까지 3∼4번을 봤다고 했다. '천군'은 12번이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10번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극장 가서 보고, 시간 나면 보고, 생각나면 또 보고, '이제 그만 지겹다' 할 때쯤 그만두는거죠. 처음은 역할에 붙어서 떨어져 나오질 않아서 앞뒤도 못가리고 만족하는 시기에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오면서 다음 작품할 준비도 하게 되고.


시사회는 잘 안가고 VIP 시사회는 더 잘 안가요. 다음번에 돈을 내고 보죠. 그래야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보게 되는거죠. 본전 생각도 나고. 돈안내고 보면 이게 다 이해관계가 있어서…. 사실 다 돈내고 봐야돼!(웃음)"




그날의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황정민은 한번 더 석중과 이별하러 갔다. 그는 아마 한번 더 눈물을 흘릴 것이다. 제 작품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보면서 그는 석중을 버리고 새 작품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석중이 아닌 배우 황정민이 되었을 때쯤 바삐 새 작품에 들어갈 것이다. 그의 다음 영화는 류승범과 호흡을 맞출 '사생결단'. '착한 직업을 가진 나쁜사람' 도진광이 이 되어 돌아올 그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roky@mtstarnews.com


머니투데이가 만드는 리얼타임 연예뉴스


제보 및 보도자료 star@mtstarnews.com<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108&aid=0000017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