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때묻지 않은 순박한 시골 노총각에서 닳고 닳은 악랄한 깡패까지 극점을 오간다. 하지만 배우의 변신은 인간사의 배신과는 달리,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그의 처진 눈매는 한없이 선하게 보이다가도, 조금만 눈빛을 바꾸면 끝없이 비열해진다. 황정민, 한국 남자배우 ‘사대천왕’ 중 하나로 운위되는 그 남자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밥상 소감’을 펼쳤던 배우답게 겸손하고 ‘젠틀’하다.
팬들은 항상 ‘관객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그의 차기 작을 기대해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영화는 공포물 ‘검은집’. 느와르와 멜로, 휴먼드라마 장르를 모두 성공적으로 거쳐온 그가 처음 도전한 스릴러는 어땠을까.
“당연히 고통스럽고 힘들었죠. 두려움은 인간이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지요. 이런 감정을 표현해내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소리만 빽빽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가 스스로 꼽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칼질이 난무하는 잔혹 액션 신이 아니라, 주인공이 범인의 실체와 처음 마주하면서 공포 분노 자괴감 등 온갖 복잡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는 대목이다. “차라리 대사나 액션이라도 있었으면 쉬웠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표정으로만 그 모든 감정을 전달하려니 무척 어려웠죠.”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가 ‘검은집’을 고른 것은 ‘인연’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집어든 일본 공포소설 ‘검은집’을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1년쯤 뒤 그 소설이 시나리오가 되어 그의 손에 들어왔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의 맹점을 잘 알기 때문에 출연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원작에 대한 믿음이 컸던 탓에 황정민의 첫 스릴러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전준오는 소심하지만 인간적인 보험회사 직원으로, 사이코패스(범행을 즐기는 정신병자)의 덫에 걸려 그와 대결을 펼치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전준오에 대해 “액션을 취하는 인물이 아니라 리액션(반응)하는 인물이라서 더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는 선하든 악하든 드러낼 수 있는 표현 방식이 많았는데, 전준오는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우연히 사이코패스를 대면하게 된 사람 중의 하나인, 그저 평범한 인물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뿔테안경을 써 모범생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예전에 연기는 눈빛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안경은 그걸 방해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생결단’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눈을 가려도 눈빛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런 자신감에서 이번에 안경을 쓰게 됐어요.”
이제 영화는 그의 손을 떠났다. 21일 개봉을 앞두고 황정민은 무엇보다 관객을 생각하고 팬들을 걱정했다. “영화를 다 찍은 지금은, 관객이 어떻게 보실까, 공포가 스멀스멀 오는 것을 느낄까, 공포의 옥죄임을 당할까 이런 것들이 가장 궁금해요.”
그는 항상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친다. “언제나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다만 모자람만 있을 뿐이죠.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황정민은 이번 공포스릴러에 이어 올가을에는 허진호 감독,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멜로물 ‘행복’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다시 은은한 분위기의 가을남자로 돌아오는 것이다. 8월부터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하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촬영에 들어간다.
글 김지희, 사진 송원영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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